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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1. 12. 20. 18:11
작성자
모찌타로

티스토리에서 쓰는 첫 영화 리뷰글이다. 순식간에 지나간 올해도 보름조차 남지 않았지만 마무리하는 12월은 넷플릭스와 극장 모두 좋은 영화들이 풍성했다. 그중에서 최근 넷플릭스에서 봤던 <파워 오브 도그>라는 멋진 영화를 소개해본다.

제인캠피온과 배우들

노장 감독의 패기를 그대로 보여주는 서부극

앞으로도 자주 말하겠지만 잊히지 않고 다양하게 변주되고 있는 장르를 하나 꼽으라면 서부극을 뽑을 것이다. 물론 올해 나온 <더 하더 데이 폴>이나 2016년의 <매그니피센트 7>처럼 고전적인 플롯을 따라가는 작품도 있지만 현대적인 변용이 들어간 서부극을 더 선호한다. 자연과 대비되는 인간의 무력함을 보여주기도 좋고 쓸쓸한 황야의 느낌이 현대사회를 은유하기에도 좋기 때문이다. 예시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인 데이비드 맥킨지 감독의 2016년 작품 <로스트 인 더스트>는 자본주의가 집어삼켜 버려진 사람들에 대한 쓸쓸한 이야기를 서부극으로 은유한 멋진 작품이었다. 다시 본 작품으로 돌아와서 나는 <파워 오브 도그>를 보며 "제인 캠피온"이라는 여성 감독이 70살 가까운 나이에도 이 정도 감각과 연출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에 감탄했다, 마치 83살의 나이에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를 찍었던 시드니 루멧 감독을 보는 듯했다. 언뜻 보면 이 작품은 칸 황금 종려상을 받게 해 준 그녀의 대표작 <피아노>의 느낌이 살짝 묻어있다, 피아노라는 장치와 미개척지라는 배경, 두 남자와 여자의 구도까지. 하지만 이번에 넷플릭스의 지원을 등에 업고 그녀는 더욱 날카로워져 돌아왔다.

코디스밋맥피의 인상적인캐릭터

물 샐 틈 없는 플롯의 힘

1920년대 미국 서부, 큰 농장을 운영하는 부유한 사업가인 필과 조지 형제가 식당을 운영하는 로즈와 그의 아들 피터를 만나게 되고 그 후 조지가 로즈를 사랑하게 되면서 생겨나는 인물들의 관계와 심리를 그려내는 이 작품은 주된 플롯이 인물들의 심리묘사이다. 이렇게 말하면 지루한 영화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서부극에선 총이나 싸움이 한번 나오지 않고 배경음악조차 작품의 장치인 피아노와 기타 연주가 대부분임에도 긴장감이 갈수록 팽팽해진다(곱씹어보면 개인적인 느낌으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생각나는 연출이었다). 이 영화의 플롯이 단조롭지 않다 생각한 이유는 필과 조지의 심리적 대립이 야생과 결국 문명의 대립으로 치환되어 영화의 깊이를 만들고 엔딩과도 연결되는 물샐틈없는 이야기 때문이다. 영화를 제대로 이해했다면 "결국 이렇게 끝나는구나"라고 생각하며 소름이 돋을지도 모르겠다. 

*스포 이에 대해 좀 더 들어가 보면 두 형제 중 필(베네딕트 컴버배치)은 샤워 한번 하지 않는, 좋게 말하면 야생적이고 남성적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조지와 비교해서 덜 문명적인 느낌의 남자다. 조지가 마차를 타면 필은 말을 타고 로즈가 피아노를 치면 필은 기타(엄밀히 말하면 서부개척시대의 악기 "밴조")를 치니까. 조지와 로즈에게 열등감을 느끼기 시작한 필은 인디언을 포함한 아랫사람들을 무시하고 강압적으로 행동한다. 하지만 이면에 그는 조지가 없으면 외로움을 느끼고 "브롱코 헨리"를 너무나 그리워하는 동성애자였다. 겉으로는 마초였지만 속은 섬세한 여자였던 그는 자신이 조롱했던 피터에게서 그를 보고 관계를 유지하여 로즈까지 떼놓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피터는 그의 머리 위에서 놀았다, 의과대학을 다니는 엘리트였던 그는 야생적인 필과 매우 달랐고 겉은 여려 보이지만 속은 무시무시한 사람이었다. 엄마도 내팽개치면서 그에게 호의를 보내고 관계를 유지하던 것이 결국 그를 탄저병으로 그를 죽이려던 빌드업일 줄이야. 그렇게 피터가 건네준 밧줄에 필은 서서히 목이 감겨 죽었고, 해부하던 토끼처럼 손쉽게 그를 처리한 뒤 피터는 그날 밤 성경을 꺼내 시편 22장 20절을 읽는다. "내 생명을 칼에서 건지시며 유일한 것을 개의 세력에서 구하소서" 

베네딕트컴버배치의 서늘한캐릭터

보여주지 않음, 드러내지 않음의 힘

좋은 영화는 누가 선인지 악인지 드러내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파워 오브 도그>가 높은 평을 받는 데는 이런 "모호함"에 있다. 필요한 정보들만 대사로 알려주고 가장 중요한 주인공들의 관계와 심리묘사는 연출로 보여주기에 관객들은 이를 잡아야 함에 있어서 작품에 몰입할 수밖에 없고 잡아내지 못한 것들을 보면서 심리가 동요하기도 하고 퍼즐을 잘 맞춘 관객들은 "이렇게 끝나는구나"라며 떡밥 회수에 감탄하기도 할 것이다. 배우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이 훌륭했다, 커스틴 던스트나 제시 플레먼스도 좋았지만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시종 서늘하면서도 삐딱함의 흔들림 없는 연기를 선보여서 내년 오스카에서 수상도 노려볼만하다고 느꼈다. 또한 코디 스밋 맥피는 유약하면서도 알 수 없는 내면을 가진 연기가 실로 인상 깊었는데 같은 서부극인 <슬로 웨스트> 때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이었다, 좋은 영화였다.


"인간은 미스터리한 존재이기에 한 인간을 설명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제인 캠피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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