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ke a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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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2. 1. 12. 02:52
작성자
모찌타로

사람마다 좋아하는 영화의 스타일은 다릅니다. 누군가는 멜로 영화의 달콤함을 보며 대리만족을, 누군가는 시원한 액션 영화를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낍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기묘하거나 기이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요. 그런 사람들에게 미국 독립영화 배급사인 A24의 영화는 보물 창고일지도 모릅니다. OTT와 코로나의 영향에도 여전히 수많은 마니아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A24의 힘은 어디에 있는 걸까요.

A24의 공동설립자 3명

A24의 연혁과 기민한 마케팅

2012년 데이비드 펜켈, 다니엘 카트, 존 호지스 독립 영화를 동경하던 세명의 영화광은 각자 일하던 영화 회사를 그만두고 꿈을 위해 모였습니다. 마침 다니엘 카트가 일했던 회사가 독립영화 제작에 자금을 지원하던 곳이었기에 그들의 도움으로 A24 flim은 뉴욕에서 시작할 수 있었죠. 다니엘 카트가 차를 타고 지나가던 이탈리아의 한 고속도로에서 따온 이름의 A24는 2013년부터 영화 배급을 시작하여 스칼렛 요한슨의 <언더 더 스킨>, 오스카 아이작의 <모스트 바이어런트>등 작가주의적 작품을 제작하며 영화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2015년 브리 라슨의 <룸>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2016년 베리 젠킨스 감독의 <문라이트>로 작품상을 수상하며 할리우드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끼치게 됩니다. 이 외의 수많은 노미네이트로 예술성을 입증한 A24는 최근 넷플릭스, HBO 등과의 계약과 함께 애니메이션 <해즈빈 호텔>, 박찬욱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동조자>등 티브이 시리즈 제작에도 힘을 쏟고 있는데요. 워너 브라더스나 파라마운트 픽쳐스 같은 거대 영화사부터 최근의 OTT와 코로나의 영향에도 A24가 건재한 이유는 팬들을 끌어들이는 전략에 있습니다.

A24의 영화는 덜 유명하지만 그만큼 컬트적이고 마니아층이 많습니다. 그렇기에 대형 영화사가 하지 않는, 어쩌면 할 필요 없는 파격적인 마케팅을 사용합니다. 2013년 <스프링 브레이커스> 개봉 때는 주연인 제임스 프랭코를 예수로 한 최후의 만찬 이미지를 공개했고 2015년 <엑스 마키나>는 영화에 나오는 로봇인 에바의 틴더 프로필을 만들기도 했죠. 또한 <더 위치>에서 나오는 사악한 동물인 블랙 필립의 페이스북 프로필을 만들고 <미드 소마>를 보는 커플들을 위해 온라인 세러피 회사인 "토크 스페이스"와 제휴하여 공짜 이용권을 제공하는 등 수많은 대담한 마케팅을 행해왔습니다. 이는 위험성 있는 바이럴 마케팅임에도 거대 영화사들이 시리즈 영화를 브랜드로 밀어주던 기존 방식과 달리 A24라는 영화 배급사 자체가 브랜드화되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죠. 그렇기에 예술 영화들의 장르가 천차만별임에도 우리는 A24의 로고가 뜰 때 "이 영화는 A24꺼구나, 믿고 볼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더 라이트하우스, 2019

핵심은 영화를 보는 눈

하지만 이러한 마케팅은 부수적인 부분이며 A24의 밑바탕은 훌륭한 작품에서 시작됩니다. 이 영화사가 작품을 보는 눈은 정말 탁월한데요,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예술영화만을 동경하면서 시작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 생각합니다. 운 좋게도 설립 초창기부터 <스프링 브레이커스> 같은 작품들이 흥행에 성공했고, 굳이 연연하지 않아도 미학적인 영화들에 스칼렛 요한슨, 드니 빌뇌브 감독, 로버트 패틴슨 등이 자발적으로 참여했기에 1년에 10편 가까이, 10년 만에 100편이 넘는 가성비 영화들을 꾸준히 배급할 수 있었죠. 물론 성공만 있던 건 아닙니다, <터스크>나 <씨 오브 트리스>처럼 흥행도, 평단도 외면한 망해버린 작품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A24가 지금까지 나아올 수 있던 건 넷플릭스처럼 상부의 일체 간섭 없이 창의적인 감독들을 믿어주고 지원해줬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흥행도 수상도 모두 챙길 수 있었죠. "A24는 이렇게 말했다 '무슨 내용인지 알 필요 없다, '무슨 느낌인지만 알면 된다.'(베리 젠킨스) "그들은 작은 영화지만 풍부하고 독특한 영화에 대해 대단한 안목을 가지고 있다(콜린 파렐)" (GQ 인터뷰 중)

A24의 대표작 모음

마무리하며

A24와 비슷한 사례로 미라맥스와 안나푸르나 픽쳐스가 있었습니다. 미라맥스 또한 독립영화를 발굴하고자 시작했으며  <펄프픽션>, <시카고>등의 훌륭한 작품들을 알렸고, 안나푸르나 픽쳐스도 <허>, <폭스 캐처> 같은 다양성 영화를 배급했지만 둘 다 무리한 확장과 흥행실패로 미라맥스는 파산, 안나푸르나는 파산 직전으로 혹독한 위기를 겪으며 19년 이후로 제대로 된 영화를 배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A24는 달랐죠, 더 많은 돈을 벌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꾸준히 그들의 브랜드인 인디영화 발굴에 집중하고 무리한 영화관 확대도 하지 않았습니다. 자신들의 원칙을 준수하며 팬들과의 신뢰를 지켰습니다. 확실히 게임이든 예능이든 시간이 지나면 바뀌고 옛날 감성이 그리워지기 마련인데 A24는 변하지 않는 느낌이긴 하네요. 

글을 다 쓰고 나니 영화를 보는 것과 다른 느낌으로 영화사에 애정을 갖는 순간인 것 같네요. 다니엘 카츠의 말을 인용하며 끝내겠습니다. "저는 항상 회사를 시작하는 꿈이 있었지만 어떤 면에선 혼자 일하는 것이 두려웠습니다. 어느 날 친구들과 차를 몰고 가고 있었는데 뭔가가 뚜렷해졌고 저는 A24 고속도로에 있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이제 시작할 시간이 되었다"   

https://www.gq.com/story/a24-studio-oral-history     

 

Hollywood, Disrupted: Inside the Scrappy Film Company that Made “Moonlight” and “The Witch”

In the words of Barry Jenkins, Sofia Coppola, James Franco, Harmony Korine, Robert Pattinson, and the founders of A24 themselves.

www.gq.com

https://theageofideas.com/the-story-of-a24-films-using-trust-repetition-and-consistency-t o-build-a-modern-brand/

 

The Story of A24 Films. Using Trust, Repetition, Consistency to Build Brand

The story of A24 Films. Using Trust, Repetition, and Consistency to Build a Modern Brand. Independent film podcast brand creativity repetition consistency

theageofideas.com

https://www.junction43.co/blog/lessons-from-a24-how-to-build-cult-brand-in-crowded-market/

 

Lessons from A24: How to build a cult brand in a crowded market

Discover how A24 built a cult following in the crowded film and tv market with their branding and marketing strategy.

www.junction43.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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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1. 12. 20. 18:11
작성자
모찌타로

티스토리에서 쓰는 첫 영화 리뷰글이다. 순식간에 지나간 올해도 보름조차 남지 않았지만 마무리하는 12월은 넷플릭스와 극장 모두 좋은 영화들이 풍성했다. 그중에서 최근 넷플릭스에서 봤던 <파워 오브 도그>라는 멋진 영화를 소개해본다.

제인캠피온과 배우들

노장 감독의 패기를 그대로 보여주는 서부극

앞으로도 자주 말하겠지만 잊히지 않고 다양하게 변주되고 있는 장르를 하나 꼽으라면 서부극을 뽑을 것이다. 물론 올해 나온 <더 하더 데이 폴>이나 2016년의 <매그니피센트 7>처럼 고전적인 플롯을 따라가는 작품도 있지만 현대적인 변용이 들어간 서부극을 더 선호한다. 자연과 대비되는 인간의 무력함을 보여주기도 좋고 쓸쓸한 황야의 느낌이 현대사회를 은유하기에도 좋기 때문이다. 예시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인 데이비드 맥킨지 감독의 2016년 작품 <로스트 인 더스트>는 자본주의가 집어삼켜 버려진 사람들에 대한 쓸쓸한 이야기를 서부극으로 은유한 멋진 작품이었다. 다시 본 작품으로 돌아와서 나는 <파워 오브 도그>를 보며 "제인 캠피온"이라는 여성 감독이 70살 가까운 나이에도 이 정도 감각과 연출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에 감탄했다, 마치 83살의 나이에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를 찍었던 시드니 루멧 감독을 보는 듯했다. 언뜻 보면 이 작품은 칸 황금 종려상을 받게 해 준 그녀의 대표작 <피아노>의 느낌이 살짝 묻어있다, 피아노라는 장치와 미개척지라는 배경, 두 남자와 여자의 구도까지. 하지만 이번에 넷플릭스의 지원을 등에 업고 그녀는 더욱 날카로워져 돌아왔다.

코디스밋맥피의 인상적인캐릭터

물 샐 틈 없는 플롯의 힘

1920년대 미국 서부, 큰 농장을 운영하는 부유한 사업가인 필과 조지 형제가 식당을 운영하는 로즈와 그의 아들 피터를 만나게 되고 그 후 조지가 로즈를 사랑하게 되면서 생겨나는 인물들의 관계와 심리를 그려내는 이 작품은 주된 플롯이 인물들의 심리묘사이다. 이렇게 말하면 지루한 영화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서부극에선 총이나 싸움이 한번 나오지 않고 배경음악조차 작품의 장치인 피아노와 기타 연주가 대부분임에도 긴장감이 갈수록 팽팽해진다(곱씹어보면 개인적인 느낌으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생각나는 연출이었다). 이 영화의 플롯이 단조롭지 않다 생각한 이유는 필과 조지의 심리적 대립이 야생과 결국 문명의 대립으로 치환되어 영화의 깊이를 만들고 엔딩과도 연결되는 물샐틈없는 이야기 때문이다. 영화를 제대로 이해했다면 "결국 이렇게 끝나는구나"라고 생각하며 소름이 돋을지도 모르겠다. 

*스포 이에 대해 좀 더 들어가 보면 두 형제 중 필(베네딕트 컴버배치)은 샤워 한번 하지 않는, 좋게 말하면 야생적이고 남성적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조지와 비교해서 덜 문명적인 느낌의 남자다. 조지가 마차를 타면 필은 말을 타고 로즈가 피아노를 치면 필은 기타(엄밀히 말하면 서부개척시대의 악기 "밴조")를 치니까. 조지와 로즈에게 열등감을 느끼기 시작한 필은 인디언을 포함한 아랫사람들을 무시하고 강압적으로 행동한다. 하지만 이면에 그는 조지가 없으면 외로움을 느끼고 "브롱코 헨리"를 너무나 그리워하는 동성애자였다. 겉으로는 마초였지만 속은 섬세한 여자였던 그는 자신이 조롱했던 피터에게서 그를 보고 관계를 유지하여 로즈까지 떼놓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피터는 그의 머리 위에서 놀았다, 의과대학을 다니는 엘리트였던 그는 야생적인 필과 매우 달랐고 겉은 여려 보이지만 속은 무시무시한 사람이었다. 엄마도 내팽개치면서 그에게 호의를 보내고 관계를 유지하던 것이 결국 그를 탄저병으로 그를 죽이려던 빌드업일 줄이야. 그렇게 피터가 건네준 밧줄에 필은 서서히 목이 감겨 죽었고, 해부하던 토끼처럼 손쉽게 그를 처리한 뒤 피터는 그날 밤 성경을 꺼내 시편 22장 20절을 읽는다. "내 생명을 칼에서 건지시며 유일한 것을 개의 세력에서 구하소서" 

베네딕트컴버배치의 서늘한캐릭터

보여주지 않음, 드러내지 않음의 힘

좋은 영화는 누가 선인지 악인지 드러내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파워 오브 도그>가 높은 평을 받는 데는 이런 "모호함"에 있다. 필요한 정보들만 대사로 알려주고 가장 중요한 주인공들의 관계와 심리묘사는 연출로 보여주기에 관객들은 이를 잡아야 함에 있어서 작품에 몰입할 수밖에 없고 잡아내지 못한 것들을 보면서 심리가 동요하기도 하고 퍼즐을 잘 맞춘 관객들은 "이렇게 끝나는구나"라며 떡밥 회수에 감탄하기도 할 것이다. 배우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이 훌륭했다, 커스틴 던스트나 제시 플레먼스도 좋았지만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시종 서늘하면서도 삐딱함의 흔들림 없는 연기를 선보여서 내년 오스카에서 수상도 노려볼만하다고 느꼈다. 또한 코디 스밋 맥피는 유약하면서도 알 수 없는 내면을 가진 연기가 실로 인상 깊었는데 같은 서부극인 <슬로 웨스트> 때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이었다, 좋은 영화였다.


"인간은 미스터리한 존재이기에 한 인간을 설명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제인 캠피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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